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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쓰나미를 이기는 사람들과 함께

by 모닝쁘미 2024. 11. 12.

2013AIV를 개최한 반다아체는 20041226일 오전 8시에 발생한 동남아 쓰나미 재해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으로 약 20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재해 이후, 다양한 국가와 국제단체의 도움을 받아 복구가 신속히 이루어졌으며 재해 전과 비교하였을 때 급속도로 발전되어가고 있다. 당시에는 쓰나미의 복구를 위한 건설, 건축업이 활발했다. 당시에 한국에서도 재해 지원금을 모아서 이듬해 AIV에서 전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쓰나미 박물관에서 본 쓰나미 모형에서 사람들 위를 덮치는 해일의 크기를 보고 놀랐다.

[반다아체 쓰나미 박물관의 해일 모습 조형물]

 

자료에 의하면 [반다아체는 16세기부터 아체 술탄국의 수도였으며, 이슬람교의 성지 가운데 하나인 메카를 순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떠난 무슬림들의 항로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메카의 관문’으로 불린다. 여기는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법이 적용되는 유일한 주이다]. 아체 지역은 ICT 및 교육 기반이 낙후되어 있으나 쓰나미 등의 자연재해를 이겨내는 현지를 지원하는 차원과 현지 교사들의 ICT 활용능력 강화 및 국제교류 활성화를 위해 2013년도 AIV 개최장소로 선정되었다.

 

2013AIV를 준비함에 있어서 이전에 경험했던 연합군 형태의 봉사단 구성 요청이 다시 들어왔다. 이미 연합군 형태의 자원봉사자들로는 일주일 만에 특정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여의치 않음을 알았기에 별로 내키지 않았다. 우여 곡절 끝에 팀을 꾸리고 아체 지역으로 나갔다. 연수는 계획대로 진행되었고 아체 지역의 교사들도 열심이었다. 콘텐츠 제작을 위하여 스토리보드 작성을 요청했을 때, 거의 예술적 수준으로 작업을 해 왔다.

[반다아체 교사들이 만든 스토리보드]

 

참가자 중에 한국 전통놀이에 장점을 가진 대원이 있어서 한국 탈의 특징이나 종류 및 탈춤 동영상을 준비해 와서 함께 탈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탈춤도 빠지지 않는 순서였다. 인도네시아 교사들은 함께 만든 탈을 쓰고 각시춤을 추는 데 국제교류 형태로는 나쁘지 않은 그림이 만들어졌다.

[탈춤을 추며 즐거워 하는 인도네시아 교사들]

 

2001년부터 APEC 국가 간의 디지털 격차와 지식정보격차를 위해 총 95명의 봉사단원이 인도네시아에 파견되어 2012년까지 1,800여명의 수혜자가 배출되었다. 이 국가를 대상으로 한 봉사단은 시초부터 인도네시아 교육문화부의 요청에 따라 현지 교사의 ICT 활용능력 향상을 위한 연수 형태의 교육봉사를 진행해 왔다. 한국인 교사의 영어강의와 때로는 현지 참여 교사의 인도네시아 통역이 곁들인 이원방송 체제의 강의였지만,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AIV를 운영해 온 년수가 더해짐에 따라 ICT 교육 중심으로 봉사단을 이끄는 것이 점점 어려워져 갔다. 지원자들도 나름의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가 됨에 따라 순수한 교육보다는 여행이나 해외경험을 중심으로 하는 교류 형태를 더 선호하게 되었다. AIV의 형태도 문화교류를 강조하고 지원하는 교사나 구성원의 특성이 다양해 감에 따라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한 교육 봉사의 개념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볼런투어리즘에서 점점 투어리즘이 강화되는 쪽으로 전환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일주일의 기간에 현지 교사들에게 특정 ICT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어려워진 탓이다.

 

개회식에서 지역의 고위 인사들이 함께 해주었고 전통춤을 준비하면서 우리를 반겨 주었다. 그렇지만 아체 지역의 AIV 진행을 살펴보면서 이제 인도네시아에서 이런 봉사를 하는 것을 마무리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출발했던 AIV의 형태가 교류 중심으로 나가는 데에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9년 이후로 참가 교사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오는 것을 보면서 인도네시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13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인도네시아 교사들을 만나며 함께 지식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인도네시아를 향한 나의 임무를 다한 느낌이다. 지식의 공유방식도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 한 국가에서 단 방향으로 어떤 지식을 주는  방식보다 각 나라의 것을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공동 프로젝트 방식이 필요해진 것 같다.

 

교사는 다른 사람을 세워가는 직업이다. 세움을 받는 대상이 성장함에 맞추어 잡아 끌던 손을 놓고 같이 걸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과거의 나를 내려 놓을 때에만 가능하다. 인도네시아가 한국과 다양한 교역을 하고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 국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할 때, 지난 십여년간의 봉사에 따른 결실의 한 줄기를 보는 것 같아 더없이 기쁘다.

 

아직도 인도네시아 AIV는 계속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