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렘방, 호텔에서 개최한 AIV

이 사업을 10년간 운영해 온 것을 감사하여 인도네시아 측에서 2010년 AIV는  워크숍 장소를 학교가 아닌 호텔에서 열도록 정하였다. 10년이라니 순식간에 멀리 온 느낌이다.

 

국제 사업의 효과는 적어도 3년 이상의 장기간 지속할 때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일회성이나 단발 프로젝트에 반응을 보이는 나라는 흔치 않다. 국제개발협력 사업에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은 사업의 유형과 목표, 지역의 특성에 따라 크게 다르다.

일반적으로 단기 사업은 1~3년의 기간으로 이루어지는 긴급구호나 의료지원 또는 단기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중기 사업은 3~5년 정도의 시간을 요하는 것으로 현지 인력의 역량을 강화하고, 기초적인 사회 기반을 구축하는 데 적합하다 이 정도 기간이면 효과가 점차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기간이다.  그 외 장기 사업은 5년 이상 10년까지도 지속된다. 이런 경우에는 스스로 작동할 수 있는 자립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속해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여간한 경우가 아니고는 10년 이상 하는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많은 국제 개발 전문가들은 최소한 5년 정도의 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효과를 나타내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거두기 위한 이상적인 시간이라고 본다. AIV 인도네시아 사업을 5년 정도 했을 때 인도네시아 교육부 관계자는 자국의 ICT 교육 과정을 부탁해 왔었다. 연구비를 지원 받고자 국제협력 과제에 제안서를 냈었으나 퇴짜를 맞았다. 심사위원들 중에는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기관에서 설정한 방향과 맞지 않다고 거부된 것이다. 안타깝지만, 한국 교육이 세계로 나가자면 일회성 성격의 사업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그 나라에 체계적인 영향을 끼칠 그런 방향이 맞다. 미국이나 유럽 심지어 일본까지도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때는 지속적으로 그 나라의 특정 분야에서 영향을 미칠 그런 아이템을 찾아 지원하는 데 많이 안타까웠다.

 

10년 이라는 기간은 이러한 봉사 프로그램이 인도네시아 컴퓨터 교육에 나름의 효과를 보여 주고 있다고 인정받은 것이리라. 실제로 우리가 개발한 연수 교재를 인도네시아 측은 다시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해서 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한다고 하였다. 그 기간 동안은 이 사업의 효과성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현지에서 긍정적이며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원하는 사업임을 말한다. 시간을 내서 준비하고 방학이 되면 봉사팀을 이끌고 복귀하여 회복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10년의 노력을 인도네시아 교육부에서 알아주는 것이 고마웠다.

 

연합팀으로 구성된 이전 AIV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올 해는 주도하는 팀을 교사들로 채웠다.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지는 않지만 교사라는 직업의 공통성이 팀워크에 도움이 되었다. 주제는 ‘Creative E-Learning Contents Development based on Problem Based Learning Approach’로서 콘텐츠 개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수업용 교육 자료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특별히 이러닝에 사용되도록 강의 콘텐츠를 저작하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사업 대상지인 팔렘방은 수마트라 인도네시아 섬의 무시(Musi) 강둑을 따라 자리 잡고 있다. 호텔 내 세미나실에서 연수를 한다고 하지만 당시 인터넷 시설이 열악하여 우리가 가져간 프로그램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인터넷 속도는 메일 하나 확인하는 데도 이삼십 분이 걸릴 정도로 엄청 느렸다.

팔렘방 워크숍에 집중하는 교사들

 

4개조로 나누어 10분간의 라포 형성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30분간의 그룹별 교육이 이루어졌다. 비록 컴퓨터는 오래되었지만 인도네시아 교사들의 컴퓨터 활용을 위한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연수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는 컸다. 덕분에 며칠간의 AIV 단원들의 설명 및 시범에 집중하여 연수생들은 초보적이나마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은 다음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자막을 넣고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다 (오늘날에는 앱과 스마트폰으로 다 되는 일을 당시는 일일이 나눠서 할 수 밖에 없었다). 컴퓨터 교사이긴 하지만 이 같은 작업을 실제로 해보기 어려웠던 교사들의 만족도는 여전히 높았다. 미션을 이루는 일은 봉사지만, 결코 열정만으로는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