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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가벼운 봉사란 없다

by 모닝쁘미 2024. 11. 7.

[학생, 교사, 기업인 연합 팀의 효과는?]

AIV의 연조가 깊어질수록 새로운 시도도 늘어간다. 그 가운데 하나가 봉사단원 구성을 다양화 하자는 것이었다. 취지는 APEC 역내의 모든 사람들이 학습공동체를 구성해 나가자는 것이므로 이런 시도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봉사단을 이끄는 입장에서 이런 시도가 과히 달갑지는 않다. AIV 인도네시아 팀은 단순한 문화교류도 아니고 상대국 교사들의 ICT 역량을 주어진 기간 내에 어느 정도 개선시키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기에 이런 연합군 형태는 부적합하다고 여겼다. 누군가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면 이미 수년 동안 터를 잡아온 인도네시아가 제격이라는 칭찬 같은 권유에 넘어가 버렸다.

 

그해 우리는 ‘Creating E-Learning Contents with Reusable Material’ 이라는 주제로 인도네시아 부끼띵기((Bukittinggi)라는 지역에서 AIV 워크셥을 열었다. 구성원은 기업인으로 말레이시아에서 거주하는 Mr. Kevin이 함께하고, 교사 2, 연구원 1, 고등학생 2명이 포함되었다. 고등학생들은 로봇을 가지고 인도네시아 고등학교에서 활동을 하고, 교사들은 기업인과 함께 통상적으로 수행해 온 현지 교사들의 ICT 교육을 담당한다.

 

부끼띵기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서부에 위치한 고산 도시이다. 높은 언덕이라는 뜻의 지명처럼 이곳도 시원했다. 자연히 문화가 발전하고 좋은 경관으로 인해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차량으로 이동하다 보게 된 연날리기 대회가 있는 것으로 보아 날씨가 선선한 덕택으로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것이 가능한 곳이다. 연수 장소는 부끼띵기 SMKN2 학교다.

연날리기 대회를 하고 있는 부끼띵기 주민들

 

말레이시아에서 온 Kevin이 저작도구를 사용하여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법을 인도네시아 교사들에게 소개하기로 했다. 교사들은 미리 작성한 스토리보드를 활용하여 새로이 익히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콘텐츠로 만들면 된다. Kevin은 기업인이고 이곳에 봉사로 왔다지만 마음이 급하다.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그의 강의 속도는 빨라 질 수밖에 없었다. 예제를 통하여 실습하는 수업이 있었지만 너무 빨리 진도가 흘러서 그 흐름을 연수생들은 따라 잡기가 어렵다. 한국 교사들이 각 그룹을 맡아 피드백을 해 주지만 속도는 더디다.

 

예년의 방법처럼 그룹별 발표를 하고 평가하는 순서로 진행이 되었지만 분위기는 산만하다. 연합군 형태로 모이다 보니 연습이 어려웠고 팀워크도 좋지 못하다. 한국의 교사들이라 해도 근무 지역이 다르고 한국에서 충분한 멤버십 훈련을 하지 못하다 보니 조직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고등학생들이 교사들 훈련에 참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들만의 활동을 위하여 중고등학교로 가게 되니 별도의 관리 노력이 요구된다. 기업에서 온 Kevin은 자신의 역할인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만족하고 떠났다.  워크셥 주제에 따라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도할 몫은 남은 자들의 것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이러한 여러 조건들로 인하여 연합팀 형태의 봉사단으로서는 특정한 미션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결과를 확인한 셈이 되었다. 한 가지 소득은 문화 교류 형태에서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의 신선 발랄함과 대학생 및 교사들의 적응력은 마지막 날 밤에 노래와 댄스와 사진 촬영과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데는 빛을 발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날, 밤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은 오전에 인도네시아 친구들로 부터 배운 전통 춤을 무리 없이 소화해 보이며 그곳 연수생들과 춤과 노래로 늦도록 즐겼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미션이 분명한 일은 결코 가볍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하물며 국제 일에서는 더하다. 비록 21세기 스킬에 커뮤니케이션이나 협업능력이 중요하게 꼽히지만 적절한 팀워크 구축 기간도 부족한 경우는 이론은 이론일 뿐이다. 일주일의 짧은 봉사활동이지만 전문성을 담보하는 팀 구성이 필수라는 것을 다시금 배우는 시간이다.

 

부끼띵기의 경험은 여러 해의 AIV 사업 중에서 내심 실패한 것으로 남아 있다. 봉사기간의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주어진 미션을 위하여서는 설계부터 종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 마음이 필수이다. 그것이  불리움을 받은 자의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