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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콩고 공화국 여행: 브라자빌의 학교들

by 모닝쁘미 2025. 3. 3.

[디지털 디바이드: 이런 나라까지도 컴퓨터를 주어야 하나요?]

2007KOICA의 요청으로 아프리카 콩고(Republic of Congo)2주간 방문하게 되었다. 주 임무는 콩고 공화국의 수도인 브라자빌에 있는 중학교 9곳과 외교부 건물에 언어학습을 위한 멀티미디어실 구축을 위한 현지 실시협의였다. 콩고 공화국은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Congo)과 이웃한 나라와 콩고강을 사이에 두고 나뉘는 국가이다. 브라자빌을  가기 위해서는 파리를 경유하였다.

 

[브라자빌의 콩고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사. 비오는 나리아 흐릿하다]

 

현지 실시협의(Local Implementation Consultation, LIC)KOICA가 지원하는 개발협력 사업을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전에 지원을 받는 국가인 수원국(개발도상국) 정부 및 관련 기관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하는 절차이다. 이 협의는 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중요한 단계이다. 지 실시협의를 통하여 추진하고자 하는 개발협력 사업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사전에 실행 가능성을 점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원국과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하게 되고 발생할 수 있는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효율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제반 사항을 조사한다. 당시 우리 팀은 나와 건축부분 전문가와 코이카의 대리 이렇게 3명으로 구성되었다.

 

들리는 말로는 당시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당선되기 전에 아프리카 나라들의 지원을 얻기 위하여 약속한 것들을 지키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국가간 무상지원은 대통령이나 고위급들의 방문에 따라 어떤 약속에 따른 것이 많다. 약속을 실천하기 위하여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현지 조사를 수행하고, 사업이 계획되면 실시협의를 한 뒤 사업자를 선정하고 구축에 들어가는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한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는 것은 틀림없다. 

 

현장 실시협의였기에 사업지로 추천된 9개의 학교를 돌아보고 시설 설치를 위한 건축과 컴퓨터 등의 현지 구매 비용 산정을 위한 조사가 뒤따랐다.

 

콩고 공화국은 10년간의 내전을 겪은 뒤라 나라가 매우 어려운 형편이었다. 한 예로 일정을 소화하면서 매일 점심시간이 문제였다. 같이 일을 하면서 콩고 관계자들은 점심을 먹으러 가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점심시간을 갖지 않으니 우리도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었다. 속으로 이곳 사람들은 점심도 먹지 않고 일할 만큼 열심히 하나 보다 했지만, 그런 날이 하루 이틀 지속되자 호텔에서 아침에 먹던 빵을 가져와서 먹으며 허기를 채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결국은 이들에게 점심을 먹을 시간을 달라고 하자, 자신들은 점심을 먹지 않고 건너뛴다는 것이었다. 먹을 것이 없으므로 한 끼를 굶는 그들을 보면서 과연 이런 나라에 컴퓨터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속으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브라자빌의 중학교 교실, 그나마 나은 곳이다. 오른쪽은 도서관에 꽂힌 프랑스어로 된 교재들]

 

게다가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도 콩고 공화국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고 프랑스에서 출판된 것을 지원받아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나자, 컴퓨터가 이 현실에 과분한 것이며 오히려 교과서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컴퓨터실을 설치하겠다고 보여 주는 교실은 흙바닥이었고, 창문도 없으며 전기까지 공급되기 힘든 상황으로 보였다.

 

마음이 착잡했다.

이런 나라를 돕는 방법은 컴퓨터가 아니라 다른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이런 나라에도 컴퓨터를 주어야 합니까?’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그렇게 며칠을 지나며 비슷비슷한 학교를 방문하는 데 문득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1) 만일 이곳의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주지 않아 컴퓨터에 노출되는 경험이 없게 된다면 컴퓨터가 이렇게 중요해지는 이때에 이들은 다시 정글로 들어가란 말이냐?

(2) 너희 나라 아이들도 컴퓨터 앞에서 즐겁게 노는데, 이 나라의 아이들도 그렇게 노는 것을 보고 싶다.

 

마치 누가 귀에 대고 말하는 것 같이 뚜렷하게 이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지식정보화 사회라고 말하는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컴퓨터를 모르고 일터에 나간다면 이들의 앞날은 정글 속으로 들어가서 사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 첫 번째 생각이었다. 또 다른 생각은 한국의 아이들이 컴퓨터를 가지고 재미있게 논다면 이곳의 아이들도 마땅히 그런 혜택을 누리는 게 맞지 않는가?

[컴퓨터를 기다리던 아이들]

 

정보화시대에 아프리카 아이들에게도 컴퓨터 노출이 필요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두 번째의 생각은 지금까지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었다. 한국 학생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재미를 누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이곳 아이들은 그런 기회가 없는 것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지도 모른다. 나는 한국 사람이고 여기는 아프리카니까, 개발도상국이니까. 그런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치부했었던 것 같다.

 

렇구나,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기준은 항상 한국이지. ICT를 교육에 활용해야 한다면서 세상을 다니지만 세계 각지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비슷한 경험과 기쁨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나는 갖지 못했었구나!

 

두번째 든 생각은 충격이었다.

하나님께서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 그리고 시대를 아시고 같은 기쁨을 세계의 모든 아이들에게도 주시고 싶어하신다는 것. 

 

그 이후로 ICT를 통하여 교육에 변화를 주고자 하는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크게 변화하게 되었다. 정보격차의 문제는 단순히 정보접근성의 격차를 넘어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하는 혜택의 불평등에 대한 이해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생각은 내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나를 부르신 분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왜냐하면 두 번째 생각은 전 지구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보지 않으면, 그리고 이 시대를 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같은 복지를 누리기를 원하시는 부모의 마음으로만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첫 번째 아프리카 방문은 ICT를 통한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떄마다  관련 회의에서  이 두 가지 생각을 나누면서 국제개발협력에서 컴퓨터를 보급하는 것의 중요성과 교과서를 USB에 담아 주자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