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ICT에 진심인가?]
교육 관련자, 특히 관리들은 학교 교육에 컴퓨터와 인터넷을 접목하는 것을 좋아 한다. 우리가 도착한 때는 마침 제주시 교육감 일행도 산토도밍고에 와 있었다. 우연의 일치다. 도미니카 교육부장관 초청 환영식에 한국 대사 일행과 함께 참석했다. 제주 교육감 일행과 한국인들은 환영사 및 인사말, 기념품 교환, 기념 촬영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런 자리는 의례 그렇듯이 좋은 말이 오간다. 양국가간의 상호 우호적인 교류협력에 서로 감사한다. 앞으로도 발전적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덕담을 나누었다.
개발도상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ICT가 교육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사회 경제적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잠재력 때문에 교육 분야에 ICT를 이용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날 나눈 덕담들도 대부분 이런 이야기 들이다.
순전히 사람의 ‘배운다.’는 측면에서 이런 기술의 이용이 필요한 이유를 Bloom의 논문을 빌어 설명하고 싶다. 인간은 오늘 배운 것을 내일이면 거의 다 기억하지 못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밀러(Miller)의 매직 넘버라고 불리는 ‘7 ± 2’ 실험은 인간의 단기 기억의 한계를 보인다. 이 실험에서는 사람들이 숫자를 기억하는 한계가 7개 정도라고 본다. 9개 이상 넘어가면 기억이 어렵다.
예를 들어보자. 4, 7, 2, 3, 0, 8, 1 이렇게 불러준 뒤에 그대로 말해 보라고 하자.
거기 까지는 잘 될 것이다.
여기에 5, 9, 1, 4 더 추가하면 어려워진다!
그런데 이것을 (472) (3081) (5914) 이렇게 덩어리 지워 보자.
그러면 다시 기억이 잘 된다. 이 덩어리도 7개까지다. 그 이상 되면 어렵다.
이것이 (010) (1234) (5678) 이렇게 전화번호를 몇 개의 수자로 묶어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은 기억의 한계를 가지고 있고, 교육은 기본적으로 기억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어떤 내용을 머리에 기억할 수 없다면 그것을 출발점하여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지니는 인간의 교육을 돕기 위해서 교육정책자나 가르치는 자는 부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런 노력의 일환이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교육에 투입하고자 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벤자민 블룸(B. Bloom: 참고)이 1984년에 발표한 ‘The 2 sigma problem’ 논문은 교육에 기술이 필요한 ‘에듀테크’의 필요성을 학문적으로 입증한 기념비적인 것이다. 에듀테크는 교육에서 ‘Edu’를 떼어내고 테크놀로지에서 ‘Tech’을 떼어 내어 만든 합성어다. EduTech.
블룸은 한마디로 ‘3~4명 또는 일대일 교육 방법이 20~30명을 모아서 수업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보여 주었다. 가르치는 사람이 꼭 교대나 사대를 졸업하지 않아도 그렇다. 한국에서 과외가 성행하고, PISA 점수가 높게 나오는 이유가 혹시 이런 연구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컴퓨터와 ICT 기술을 통합시켜 소그룹 교육의 효과성을 낼 수 있는 체제를 만든다면 정책입안자들의 경우는 일석이조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이러닝 컨설팅을 하면서 ‘왜 ICT를 교육에 도입하자고 각 국가는 열성적일까?’하는 질문이 계속된다. 들여다보면 더 긴급한 문제들이 교육 현안으로 많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임무를 완수했고, 11월의 2차 방문을 통하여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도미니카공화국은 ICT를 어떻게 교육에 이용해야 하는 지 방향을 줄 수 있었다. 두툼한 보고서와 함께. 그리고 카리브 해의 따뜻한 바람과 여유 있는 바닷가의 풍경은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로 남았다. 조니 뎁의 카리브 해의 해적선을 떠 올리며.
참고: B. Bloom(1984). "The 2 Sigma Problem: The Search for Methods of Group Instruction as Effective as One-to-One Tutoring". Educational Researcher. 13 (6):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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