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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아제르바이잔 여행 3: 고행에 대하여

by 모닝쁘미 2024. 12. 21.

아제르바이잔을 불의 나라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었다. 일정을 진행하면서 틈을 내어서 방문하게 된 유전과 길옆의 노지에서 끝없이 타오르는 천연가스 불을 볼 때, 한편으로는 부러웠고 불의 나라라고 불리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꺼지지 않는 천연가스 불]

 

포항에서도 천연가스로 인해서 한동안 불꽃이 사라지지 않은 스토리가 있었는데, 아제르바이잔의 천연가스 불꽃은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한국의 현실을 비교할 때 큰 충격이었다. 야나르다그(YanarDag)라는 지역의 꺼지지 않는 불꽃과 유정에서 석유를 퍼 올리는 채굴기의 모습이 많이 부러웠다. 게다가 우리가 이곳까지 와서 이러닝 컨설팅을 하는 이유 중에 한 가지도 이런 국가와 잘 연결되어서 에너지를 확보하고 하는 국가의 큰 그림에 일조하는 것이 있기도 한 것이었다.

 

[유정에서 석유를 채굴하는 기계들]

 

야나르다그를 지나 불의 신전으로 들어갈 때, 이곳이 조로아스터교의 신전이고 배화교로 알려진 불을 숭배하는 종교적인 장소라고 안내자는 알려주었다. 조로아스터교의 상징물을 나타내는 삼지창이 멀찍이 보였는데, 이는 인도의 시바신을 상징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되었다. 조로아스터교와 힌두교는 모두 고대의 인도-이란 문화권에서 기원했기 때문에 상징들이 서로 비슷해 보일 수 있기도 하다. 사진 속의 삼지창이 시바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상징적인 유사성을 통해 힌두교와 조로아스터교가 인도-이란 문화를 공유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불의 신전에서 보이는 삼지창]

 

이런 짐작은 신전 내부에 전시된 고행자들을 표현해 둔 밀랍을 보면서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신전 내부에는 곳곳에 득도를 위하여 갖가지의 고행을 하고 있는 수행자들의 모습을 전시해 두었다. 아래 그림처럼 온 몸을 쇠줄로 감거나, 맥반석과 같은 뜨거운 불 위에 누워 고행을 하는 수행자들이 과거에 있었다고 안내자는 설명해 주었다.

 

[온갖 철로 된 줄을 묶어 수행하는 고행자]

 

삼지창으로 표현되는 신전의 상징물을 보면서 갖게 된 힌두교와 조로아스터교의 연관성을 생각하면서 힌두교의 고행의 방법인 고통을 수용하기 위하여 일부러 고열, 추위, 혹은 불편한 자세를 오랫동안 견디고자 했던 과거의 수행자들이 이곳에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뜨거운 맥반석 위에서 수행하는 고행자]

또한 불 주변에서 명상을 하며 정화 의식을 수행하는 불에 의한 정화가 불의 나라인 아제르바이잔에서 배화교(拜火敎: 조로아스터교)로 발전된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되었다. 다음 그림은 불 주위에서 이를 열심히 바라보는 밀납 인형들이 그것을 잘 설명하는 것 같다. 머리에 터번을 둘러쓴 사람들은 영락없는 현재의 인도인과 흡사하다.

[불꽃 주변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

 

알려진 바로는 조로아스터교에서의 고행은 힌두교처럼 심화된 고통을 강조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윤리적이고 실천적인 삶을 중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욕적인 요소는 일정 부분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불을 숭배하고 불 앞에서 정화의식을 하는 그들의 종교적 추구가 아제르바이잔과 같은 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나라에서 시작된 것이 그리 어색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무슨 깨달음을 추구하기 위하여 그렇게 자기를 얽어매고 뜨거운 맥반석 위에서 누워 있어야 하는가 하는 답답한 마음은 아제르바이잔을 떠 올릴 때 마다 기억나는 것이 되었다.

 

[불의 나라와 불의 신전의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