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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캄보디아 스토리 2 : 교과서를 보내다

by 모닝쁘미 2024. 11. 20.

[우리가 만든 교과서, 캄보디아 학생 손에 들어가다]

2021년부터 KOICA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캄보디아 중학교 ICT 교육 역량 강화 사업]의 결실 중 한가지인 중학교 1학년(7학년) 컴퓨터 교과서가 드디어 학생들 손에 들어갔다. 캄보디아인들이 사용하는 크메르어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서 먼저 한글판 교과서를 개발하고 영어로 번역한 뒤에 캄보디아로 보내서 다시 크메르어로 번역을 했다.

[캄보디아 정보컴퓨터 교과서 7학년용(크메르어판)]

 

크메르어는 언어가 독특하다. 띄워 쓰기가 안 되는 문자 체계다.

 

크메르어는 단어 사이에 공백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쓰기 시스템에서는 공백을 사용하여 절, 문장의 끝 또는 텍스트 흐름의 작은 중단을 나타낸다. 단어 사이에 공백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 단어가 끝나고 다른 단어가 시작되는 위치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언어의 맥락과 지식이다. 전체 맥락을 모르고는 한 문장을 읽고 그 뜻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 단어 사이에 공백이 없는 것은 태국어와 라오스를 포함한 많은 동남아시아 언어의 특징이다. 문장 내에서 개별 단어를 구분하기 위해 공백을 사용하지도 않는데도 그 의미를 안다는 것이 신기하다.

 

예를 들면 [잘 지내냐? 의 경우 សុខសប្បាយទេ ?(속 사바이 테?)]라고 한다. '속 사바이 테' 라고 읽지만 문자의 표시에는 구분이 없다.

 

때문에 글자들을 구분하자면 거의 눈이 빠지게 어렵게 느껴졌다. 

 

이런 특성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처음 한국 출판사가 영어로 편집된 파일을 캄보디아 교육부의 교과서 번역 팀에 줄 때만 해도 작업이 쉽게 끝나리라 예상했다. 작업된 교과서의 영어판 Indigo 파일에 크메르어로 번역한 것을 덮어쓰면 될 것이므로. 이렇게 생각하고 크메르어로 번역된 파일을 한국 출판사가 다시 편집작업을 했다. 다음 순서로 캄보디아 측에 교정을 요구했더니 난리가 났다. 거의 모든 페이지가 오류 투성이라는 피드백 때문이다. 이런! 모든 페이지의 문장이 오류라니! 출판사측에서 다시 날밤을 새며 수정을 했다. 이번에는 자신있게 재교정을 요청했다. 그런데 피드백 되어 온 것은 역시나 거의 모든 페이지에 오류가 있다는 표시가 가득했다. 

 

수정하면 다시 오류가 발생하고, 수정하고 오류 발생하고. 이 과제는 학기에 맞추어서 교과서가 공급되어야 함으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자칫하다가는 2024년 11월 학기 시작에 맞춰 교과서 공급이 어려울 판이었다. 아직 교육부 검정도 못받은 상태이므로 마음이 급해졌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가 하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서너 번 피드백이 오고 간 후였다. 캄보디아 파트너 교사들이 그제서야 크메르어 특성을 설명해 주었다. 편집자는 편집하느라 단어의 철자를 줄바꿈 할 필요가 있고, 이렇게 줄이 밀리면서 전혀 다른 의미의 단어나 문장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 것이다. 할 수 없이 캄보디아에서 프놈펜 교육대학의 IT 학과장을 서울에 오게 해서 편집자와 함꼐 작업을 하도록 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이러다 보니 작업 시간이 1년 반이 소요되었다.

 

다음은 이것의 검정을 받아야 한다. KOICA의 RFP에는 교과서를 만든 뒤에 반드시 교육부 검정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교과서는 국정교과서로 여겨질 것이다. 이제 문제는  캄보디아 교육부 내부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심의 위원은 5명으로 구성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심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했지만 캄보디아 자신들의 일이므로 자신들이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즉, 무료로 하겠다는 뜻이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도대체 이 나라는 왜 자신들의 일을 다른 국가에서 해주기를 바라고만 있을까 하는 불만이 그런 태도로 인하여 많이 씻겨졌다.

 

그 뒤 장관(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최종 사인을 하면서 국가 공인 교과서의 자격을 얻게 되었다. 교과서 개발팀을 만들고 캄보디아 교과서 개발 위원회를 한국으로 초청해서 연수시키고, 한국의 교사 중심으로 교과서를 개발하고 수정하고 교육부 인정을 받는데 거의 2년이 걸린 셈이다.

 

KOICA에서 국제 사업을 많이 하고 있지만 이렇게 모든 절차를 지켜서 국정교과서로 만들어 해외에 보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캄보디아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부 관계자들은 교과서를 보고 연신 싱글벙글한 표정이었다. 자기네 교육과정에 따라 자기들도 만들지 못하는 교과서를 한국 팀에서 개발하고 한국의 교과서 품질에 맞춰 편집하고 프린트를 해서 보내니 깜짝 놀라는 표정들이다. 이제 2024년 가을부터 2026년까지 총 30,000권을 프린트해서 보내줄 것이다. 중학교용 (G7 ~ G9) 3종과 교사용 지도서 3종이다. 그 첫 작품이 캄보디아 학생들 손에 들어간 것이다.

[정보컴퓨터 교과서를 들고 기뻐하는 학생들]

 

교과서가 배포되면서 캄보디아 측에서 사진을 보내왔다.

교과서를 받아든 중학교 학생들의 표정과 선생님의 표정이 보기 좋다. 한국이 교육으로 국가 건설을 이룩했듯이 캄보디아를 포함한 다른 개발도상국들도 이런 일들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라고 예수께서 성경에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이 발전하여 더  세계를 행복하게 하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

[교과서를 들고 행복해 하는 학생들]

 

 

줄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 참 좋은 나라이다.

오는 세대에서는 한국이 영향을 미치는 나라가 더 넓어지고 더 많아져서 세계를 복되게 하면 좋겠다.

 

백범 김구 선생이 꿈꾸었던 문화가 융성한 나라의 비전을 옮겨 본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충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 일지 [나의 소원』중

 

하나님 고맙습니다.

줄 수 있는 나라에 살게 하시고 줄 수 있는 일을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이 더욱 잘되어 더 많이 주는 나라가 되게 해 주시옵소서.

현 세대와 오는 세대가 5대양 6대주에서 문화로서 세계를 행복하게 하는 큰일을 계속할 있도록 더 창조적이고 더 도전하며 더 인내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교과서를 받아들고 KOICA에 감사하다라고 외치는 학생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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