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은 여러 종류의 행사에 진심이다.
국장과 학교 측이 정성을 다해 준비한 개회식 중에도 슬슬 걱정이 밀려왔다. 도착하기로 한 컴퓨터가 오늘까지 못 올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개회식 중간 중간에도 어떻게 오늘 하루를 넘겨야 하나 온통 그 생각뿐이다. 개회식이 끝나고 우리가 안내 받은 넓은 교실에는 256K 속도의 모뎀이 아주 오래된 컴퓨터에 연결되어 한국에서 보내주기로 한 컴퓨터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넷 사용법은 고사하고 오후 시간 운영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고민이 밀려왔다. 혹시나 해서 랜선 제작 및 연결 실습을 준비하기는 했었다. 한국어를 인도네시아어로 통역할 사람도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결국 영어로 강의를 해야 하지만 우리측도 연수에 참여하는 인도네시아 교사들도 영어에 능숙하지는 못했다. 이런 경우에는 직접 몸으로 작업을 하는 실습이 제일 효과가 낫다. 핸즈온 액티비티는 말 보다 눈치로 할 수 있고 상세한 설명이 빠져도 이심전심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기에 이런 경우에 적용하기가 제격이다. 컴퓨터가 도착하면 연결에 사용할 수도 있을 터였다.
RJ45 커넥터와 클리핑 툴을 이용해서 랜 케이블을 만드는 실습을 시키는 첫 날 수업은 웬지 민망한 일이었다. 어쨌든 첫날은 진땀 끝에 어두워졌다.
[왼쪽 위 부터 : RJ45와 케이블, 컴퓨터에 연결된 모뎀 한대의 교실, 나시고랭, 드디어 컴퓨터가 도착한 모습]
이튿날, 드디어 한국으로부터 컴퓨터가 도착했다. 기관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전달된 컴퓨터를 보자 인도네시아 교사들은 신이 났고, 우리는 안심이 되었다. 학생들은 더운 날씨를 아랑곳 않고 2층 교실로 컴퓨터를 나르고 책상에서 조립하며 전날 만든 랜선을 연결했다.
인도네시아의 7월은 더웠다. 컴퓨터를 옮기고 조립하느라 흘린 땀을 보충하느라 학생들은 맹물을 들이키고 점심에는 학교 측이 준비한 나시고랭의 기름으로 범벅이 된 볶음밥을 먹어댔다. 걱정이다. 맹물과 기름밥이라니!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몇 명이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렸다느니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중에 한명은 내내 속이 편치 않아 2주 동안 꼼짝없이 호텔에서만 머무르다 귀국해야 했다.
그래도 2주간의 교사 연수는 성공적이었다. HTML을 배우고 자신들의 학교 홈페이지를 구성하여 HTML 문서로 작성하여 한국의 서버에 포스팅 시키는 과정을 그들은 열심히 배웠다. 생전 처음 인터넷과 인터넷 문서를 만들어 보는 그들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이를 지켜보는 한국의 관계자들은 첫 출발이 안정적으로 진행됨에 안심을 했다. 인도네시아 교육부 국장과 관계자들은 자카르타 TV 방송과 신문에 연일 우리의 활약을 내보냈다.
우리의 미션이 끝난 때에 맞춰 C대 팀도 족자카르타에서 봉사단 일을 마치고 도착했다. 우리 팀과 달리 C대 팀은 지쳐 보였다. 밤새 족자카르타에서부터 자카르타까지 약 500km의 거리를 6시간 정도 걸리는 열차를 타고 오느라 사기가 많이 저하되어 있었다.
개도국의 교사들을 예비교사들이 '가르친다'는 그림은 공적원조 모습을 갖고 있지만 국제협력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향후 사업에서는 예비교사들이 아닌 현직 교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하면서 자연히 인도네시아는 우리가 계속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그렇게 운명은 나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것 같았다. 이제 알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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