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수도 라밧(Rabat) 방문은 코이카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던 지역이라 의미가 더 있었다.
학교 방문을 마치고 ‘카사블랑카’를 흥얼거리며 라밧 시내를 구경하다가 마주친 빈민촌은 충격이었다. 사진에서 보듯이 온갖 천 쪼가리로 덮개를 덮은 집들은 한 두 사람이 앉기도 넉넉하지 않게 좁았다. 집안을 들여다보고 싶었으나 위험함과 미안함에 고개를 돌렸다.
먼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미안했다.
사진을 살펴보다가 왼쪽 위에서 접시 안테나를 설치하는 남자를 발견했다! 이런 극심한 빈민촌에서도 도처에 접시 안테나가 있었고, 스크린 너머로 TV를 통해 세상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이곳 빈민들마저도 극심한 빈한함에도 불구하고 접시 안테나를 달고 새로운 정보를 원하고자 한다면 정보는 인간과 어떤 관계를 갖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정보는 사람에게 생존적인 바탕을 제공해 주었다. 진화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자. 자연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아는 것은 먹을 것을 구해야 하는 인간에게 곧 생존의 문제였다. 전통적으로 인간은 정보를 이용하여 발전해 온 것이다. 그것은 우리 본성에 닿아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새로움’에 목마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나 SNS를 즐기는 누구라도 정보가 주는 즐거움과 새로움과 ‘내가 더 아는 것’ 같은 우월감이나 권력 앞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영국 BBC 라디오의 극작가인 이안 레슬리(Ian Leslie)는 단호하다. 책 ‘호기심(Curios)’에서 '정보 격차'를 설명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면, 우리는 곧 그 정보에서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미지의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결국 호기심이 발동한다. 반대로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그것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아하! 그래서 오늘도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낡은 것에 싫증을 느끼면서 나는 숏츠와 블로그와 YouTube를 계속 클릭하고 있는 것이구나!
‘디지털 격차(Digital Devide)’의 존재와 그 영향을 밝혀 낸 사람은 미국의 래리 어빙(Larry Irving)이다. 디지털 격차는 소득, 인종, 교육, 지역등의 요인에 따라 ‘디지털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Have)’과 ‘그렇지 않은 사람(Have Not)’ 사이에서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그와 팀은 밝혀냈다. 덧붙여 이 차이는 결국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함으로 국가는 정책적으로 디지털 격차를 해결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메아리는 컸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기술, 특히 인터넷에 대한 보다 공평한 접근을 보장하고 포용적인 디지털 미래를 조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클린턴 행정부와 국가간 협력의 방향으로 설정되었다. 이것이 우리가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 협력으로 인터넷 봉사단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었다.
모로코 라밧의 빈민가에서처럼 누군가는 오락물 소비 방편으로 위성 TV를 볼 것이다. 다른 사람은 TV를 통해서 전달되는 정보를 이용하여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고 부를 축적하여 그곳을 벗어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되 정부는 모든 사람에게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라나는 세대, 학교 교육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여름 2주간의 해외 봉사는 글로벌 이슈에 동참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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