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설치면서 왜 이런 사업을 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의 국제적 약속이 있었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정부부처의 할일이다.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면서도 왜 우리 국민들을 잘 살게 하면 되지 돈을 써서 해외까지 신경을 써야하는가?
대외 원조의 목적은 무엇인가? 한국이 IMF 위기를 벗어났다고 발표한 지가 1년 정도 된 시점인데, 이런 사업을 왜 해야 하는가? 가뜩이나 ODA는 거칠게 표현하면 그냥 퍼 주기인데.
여러 나라가 수행하는 대외원조의 목적을 ‘외교’와 ‘개발’, ‘영리’ 등 여러 가지를 꼽지만 결론적으로 ‘개발’로 수렴한다고 [왜 세계는 가난한 나라를 돕는가?]에서 캐럴 랭커스터(Carol Lancaster)는 지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억 3천만 명이 넘는 무슬림이 살고 있다. 후에 방문한 중동의 국가들에 비하면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권이지만 훨씬 개방적이라고 느꼈다. 관리들과의 일에 있어서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금요일 오전에 기도 시간이 있어서 일 진행이 어렵다든지 식사를 할 때, 손으로 음식을 집는 것과 같은 작지만 사소한 차이가 눈에 띄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인도네시아는 문화 다양성에 대한 관용적인 접근 방식을 장려하는 온건 이슬람의 모델이 되는 나라다.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의 경제적 영향력은 상당하고 오늘날에는 한국의 10위권 교역국이다.
그러니, 당시에 인도네시아에 ‘개발을 위하여 공적원조를 제공한다.’는 그림에 우리가 벌이는 사업의 규모는 너무 작았다. 겨우 교실 한 개에 컴퓨터 40대를 설치하고 인터넷을 연결시켜 교사들로 하여금 ‘인터넷에 눈 뜨게 해주는 것’이 사업의 목표라니.
폴 콜리어(Paul Collier)는 [The Bottom Billon]에서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왜 가난하고 '뒤처지고 종종 무너지고 있는' 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에 집중되어 있으며, 전 세계 인구 60억 명(2023년 기준 80억 명을 넘었다) 중 10억 명이 여기에 포함될 정도다. 분쟁의 함정, 천연자원의 함정, 나쁜 이웃과 내륙에 위치한 함정, 작은 나라의 나쁜 정치체제의 함정 등 네 가지 함정 중 하나 또는 여러 개의 함정 때문에 이들 국가들은 힘들어 하고 있다.
그러면서 부자 국가들이 이들 국가를 지원하고 대규모 개발 노력에 참여해야 하는 한 가지 이유를 ‘시민으로서 우리 각자의 도덕적 의무’라고 본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놀랍도록 분열된 세상과 그 모든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돕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방법 중 원조는 '급하게 투입’하기보다는 10년 이상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한국의 정부가 어떤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하였든 우리는 앞으로 오는 세대가 분열된 세상에 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은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디지털 격차(Digital Devide)를 막기 위하여 교사들을 교육 시키는 것이 되어야 했다. 글로벌 시민으로서, IT를 교육에서 활용하는 것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할 일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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