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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볼런투어리즘(Voluntourism)

by 모닝쁘미 2024. 11. 2.

AIV가 시작된 지 몇 년이 지나자, 참여하는 교사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일에 참여하는 지 궁금해진다. 매해, 봉사에 대한 전체 기획과  정부간 소통은 각 교수들의 몫이다. 강의와 문화활동이나 현지 교사들과의 교류로 교사들은 하루가 짧다. 교사들에게는 이런 형태의 해외 경험이 흔하지 않다. 그러기에 일주일간의 프로그램에서 오전이나 오후 세션을 책임지고 영어로 강의한다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가져 온다. 타국의 교사 앞에서, 잘 사용하지 않던 영어로  강의하는 것이 누군들 쉽겠는가.

 

더러 자신의 강의 차례가 오면 아침 식사를 조금만 하거나 아예 굶는 교사들도 있다. 국제교류성격이라 어지간하면 웃고 이해하며 넘겨도 되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다. 그러기에 오전이나 오후 세 시간 정도의 강의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면 엄청난 해방감이 밀려든다.


[강당에 모여 앉으니 개회식이 시작되었다. 모두들 약간 긴장된 얼굴이다. 그 긴장감 안엔 설렘과 기대감이 담겨있었으리라. 개회식 이후, 우리는 컴퓨터가 가득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 교실로 안내되었다. 떨리는 첫 인사말로 ‘Nice to meet you’를 건넸다. 무엇을 어쩌나 속속들이 알보겠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는 인도네시아 선생님들. 가슴속은 방망이질 하고, 다음 이어갈 말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갔다. 한명씩 자기소개를 하다 보니 어느새 친숙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모두들 배우고자 하는 의욕에 우리는 더 알려 주고자 하는 의욕에 사로잡혀 있었다.

   

생선이 곁들어진 인도네시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채 열기가 가시지 않은 교실로 다시 들어갔다. 선생님의 긴장된 모습과는 사뭇 다른 여유 있는 진행이 이어졌다. 프리미어 수업이었다. 먼저 간단하게 그림을 몇 개 불러오고 그 그림이 시간을 두고 화면에 한 페이지씩 번갈아 펼쳐지는 방법을 소개하셨다. 이어서 동영상 파일을 불러와서 함께 조화롭게 타임라인을 꾸며갔다. 새로운 화면이 등장할 때 멋진 효과를 주는 방법, 글자를 나타나게 해서 스크롤 하는 방법, 소리파일을 부드럽게 가져오는 방법, 두 개 이상의 화면을 겹치게 하여 크기를 조절 한 후 동시에 나타나게 하는 방법 등 프리미어를 이용해 동영상을 편집하는 방법을 재미있게 풀어나가셨다.

 

선생님들 중에 혹시나 작업 순서를 놓쳐 어려움에 있는 분들을 없는 지 찾아 도와 주다보니, 인도네시아 선생님들과 얼굴을 자주 가까이 대하게 되었다. 마주본 얼굴 너머로 웃음이 오가고 언제 처음 만났냐는 듯이 모두 친숙해져 갔다. 조금씩 그렇게 정들어 가고, 서로 친해져 가고... 나중에 어떻게 헤어질까? 쓸데없는 걱정이 생길 정도다.

내일은 내가 수업을 해야 하는 날인데.. 걱정이 앞선다. 교수님도 그 마음을 아셨는지 인도네시아 교육부에서 점심을 함께 하자고 한 제안을 내일로 미루셨다. 잘 할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을 거야. 자신감이 반이다. 자신 있게 내일을 준비하자. 그렇게 밤늦게까지 호텔안의 작은 불빛은 꺼질 줄을 몰랐다.

 

“저희가 여기에 온지 벌써 6일째 되는 날입니다. 시간 참 빠르지 않습니까?” 느닷없이 아침식사를 하는 도중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날짜는 어느새 돌아갈 날을 가리키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마지막 수업인 만큼 더 힘껏 타올라 보자.’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강당에서의 열린 폐회식의 시작은 매우 순조로웠다. 학교에 처음 들어서며 시작된 하루, 열정적인 수업, 밤새서 만들어 온 과제를 발표하는 인도네시아 선생님들, 땀과 흥으로 채워진 문화 행사까지, 모두들 잠시 그때로 돌아가 그때 그 기분으로 다시금 즐거워진다. 그렇게 선생님들과 학생들과의 마지막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뜨리마 까시(Terima kasih)....” 온통 울음 바다로 변한 강당에서 악수하고... 포옹하고... 그렇게 헤어짐은 예정되어 있었다. ‘흑흑...’ 어깨가 들썩거리고, 선생님의 어깨에 파묻힌 학생들이 울음을 토해 놓는다. 안긴 선생님도 어느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애써 진정하고, 모두들 크게 둘러서서 사진을 찍었다. 어디가나 마지막에 그렇게 찍는 사진인데 오늘 여기서의 사진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마음과 마음이 어우러진 사진’이라고 해야 맞을까? 서로 주고받은 선물보다 그 속에 담긴 마음이 더 큰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참가자의 소감문에서 발췌]].


참가 교사들의 소감문은 대부분 이런 분위기다.

 

한국 교사들이 자긍심을 갖게 하고 세계 시민으로서 한국인의 위상을 체험하고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거두는 가성비 갑인 프로그램이다. 자라는 세대에게 교사의 경험과 한국의 역할에 대한 소감이 전달되고 그들의 마음에서 발전된다면 한국의 미래는 그 만큼 넓어질 것이다.

[Project Abroad: 볼런투어리즘]

 

이런 형태의 여행은 값진 볼런투어리즘이다. 자신들의 재능과 연결되어 여행이 봉사로 승화된다면 현지 방문 위주의 단순한 여행은 그 가치를 배가시킬 수 있다. 국내도 그렇고 외국에도 이런 여행의 인기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