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형태의 ICT 활용 국제교육사업의 성공적인 결과는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국을 대상으로 하여 교육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왔다. 이러한 국제교육 사업은 절차상 APEC의 교육장관회의등과 같은 각국 협의체에서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외교적 형식에 교육적 내용을 담아야 하는 절차적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 가운데 ICT 모델 스쿨 네트워크 구축 아이디어가 나왔다.
‘APEC 역내 우수한 초중등 학교들의 ICT 교육 상황을 파악하여 미래교육에서 ICT의 활용 방향 모색하자. 국내 ICT 활용 우수학교들이 체계적인 국제교류협력 활동을 전개함으로서 국내 학교의 국제화 마인드 확산과 경험을 축적하도록 유도하자. 그리고 IT 강국으로서의 기술, 인력 및 노하우를 APEC 국가들을 대상으로 보급하여 향후 이들 국가에의 진출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도록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얻었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가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교육부가 ‘이러닝 세계화’라는 기치를 내 걸고 한국의 ICT를 활용한 교육의 성과를 전 방위적으로 확산시키고자 한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에 전국적으로 EBS 인터넷 방송을 제공하였다. EBS 인터넷 방송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먼저 ‘공교육 정상화를 통해서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이러닝 체제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원격 교육 방식이 존재했다. TV나 라디오 채널을 이용하여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과 이러닝 체제의 근본적인 차이는 EBS 이러닝 방송은 학습자가 필요할 때 언제나 다시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학습자의 속도에 맞춘 ‘맞춤형 학습체제’라는 것이다. 물론 당시 EBS 수능 방송에서 강의된 많은 내용이 수능에 출제됨으로서 실질적인 과외 수요를 대체한 것이 정책의 효과에 더하여 일종의 충격을 가져온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것은 이후에도 교육적으로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그러나 당시의 정부는 그만큼 일반 서민들의 자식 교육에 대한 열정을 돕고자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인터넷 기반의 EBS 수능 방송이 2004년 4월에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었다. 3월 아침에 AIV 사업을 같이 하는 교수로부터 급한 전화가 왔다. 바로 교육부로 좀 들어오라는 것이다. 들어보니 수능방송 실시 준비가 다 되었는데 최종 결정 기관에서 ‘만일 EBS 수능 방송의 실시에 따라 갑자기 인터넷 트래픽이 증가하여 전국적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될 지도 모른다. 그러니 재고해야한다.’ 라고 수능방송의 실시를 주저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올라와서 설득을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들어보니 교육부에서도 고민을 할 만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이미 준비된 시설과 여러 가지 조건을 넣어서 계산을 해보니 그것은 기우였다.
그해 3월 중부지방에 유래 없는 폭설이 내렸다. 거의 50cm 가까운 폭설이다. 서울을 가야하는 데 기차가 끊기고 도로에는 차들이 뒤엉켰다. 기차표도 발매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어렵사리 철도 플랫폼에 나갔다. 여차 여차하여 서울에 가야한다고 설명을 하니 역무원이 들어오는 기차의 특실을 탈 수 있게 해 주었다.
관계자들을 만나 계산된 인터넷 트래픽 산정 값을 보여주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니 실시해도 좋다고 조언했다. 만일 그때 인터넷이 정말 먹통이라도 되었더라면 아마 나의 커리어에도 좋지 않았을 것이지만 그때는 젊었고 ICT를 활용한 이런 방법의 교육 개혁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여곡절 속에 EBS 수능방송은 서비스를 개시하였고, 인터넷을 활용하여 전국적 규모의 ICT 활용 교육정책 구축의 시범이 되었다. EBS 이러닝 체제는 이러닝 관계자들이 자랑하는 ICT 활용 교육 모범 사례가 되었고, 이런 배경으로 ‘한국의 이러닝 결과를 세계로 알린다.’는 야심찬 구호도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그 연장선에서 국내외 학교를 ICT를 매개로 연결시키고 교류하게 한다는 모델 스쿨 사업은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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