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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30

디지털 격차(Digital Devide) - 어떻게 볼 것인가? 모로코의 수도 라밧(Rabat) 방문은 코이카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던 지역이라 의미가 더 있었다. 학교 방문을 마치고 ‘카사블랑카’를 흥얼거리며 라밧 시내를 구경하다가 마주친 빈민촌은 충격이었다. 사진에서 보듯이 온갖 천 쪼가리로 덮개를 덮은 집들은 한 두 사람이 앉기도 넉넉하지 않게 좁았다. 집안을 들여다보고 싶었으나 위험함과 미안함에 고개를 돌렸다.   먼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미안했다.   사진을 살펴보다가  왼쪽 위에서 접시 안테나를 설치하는 남자를 발견했다! 이런 극심한 빈민촌에서도 도처에 접시 안테나가 있었고, 스크린 너머로 TV를 통해 세상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이곳 빈민들마저도 극심한 빈한함에도 불구하고 접시 안테나를 달고 새로운 정보를 원하고자 한다면 정.. 2024. 10. 24.
텅 빈 교실, 우리를 살린 RJ45 개도국은 여러 종류의 행사에 진심이다. 국장과 학교 측이 정성을 다해 준비한 개회식 중에도 슬슬 걱정이 밀려왔다. 도착하기로 한 컴퓨터가 오늘까지 못 올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개회식 중간 중간에도 어떻게 오늘 하루를 넘겨야 하나 온통 그 생각뿐이다. 개회식이 끝나고 우리가 안내 받은 넓은 교실에는 256K 속도의 모뎀이 아주 오래된 컴퓨터에 연결되어  한국에서 보내주기로 한 컴퓨터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넷 사용법은 고사하고 오후 시간 운영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고민이 밀려왔다. 혹시나 해서 랜선 제작 및 연결 실습을 준비하기는 했었다. 한국어를 인도네시아어로 통역할 사람도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결국 영어로 강의를 해야 하지만 우리측도 연수에 참여하는 인도네시아 교사들도 영어에 능.. 2024. 10. 21.
성공적인 국제 프로젝트의 비결 대부분의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국제 사업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다. 한국과 해당국과의 거리가 멀수록 이것은 진리에 더 가깝다. 비행기를 타야하고 언어가 다를 때, 파트너가 사업의 목표를 잘 이해하고 현지를 움직여 주면 천사가 따로 없다.   우리 파트너는 인도네시아 교육부(Ministry of Education and Culture)의 국장이었다. 그에게서 슬픔을 느꼈다면 새벽녘의 아잔 소리에 잠을 설친 때문이었으리라. 묵직한 내공이 느껴지는 국장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자카르타에서 지정해 준 학교의 교실 한 개에 40대의 컴퓨터를 설치하고, 교사들을 상대로 인터넷 활용법을 가르치겠다는 우리의 계획에 매우 감사해 했다. 그리고 그는 열성적으로 봉사단을 지원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국제간 프로.. 2024. 10. 20.
왜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할까? 잠을 설치면서 왜 이런 사업을 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의 국제적 약속이 있었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정부부처의 할일이다.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면서도 왜 우리 국민들을 잘 살게 하면 되지 돈을 써서 해외까지 신경을 써야하는가?   대외 원조의 목적은 무엇인가? 한국이 IMF 위기를 벗어났다고 발표한 지가 1년 정도 된 시점인데, 이런 사업을 왜 해야 하는가? 가뜩이나 ODA는 거칠게 표현하면 그냥 퍼 주기인데.   여러 나라가 수행하는 대외원조의 목적을 ‘외교’와 ‘개발’, ‘영리’ 등 여러 가지를 꼽지만 결론적으로 ‘개발’로 수렴한다고 [왜 세계는 가난한 나라를 돕는가?]에서 캐럴 랭커스터(Carol Lancaster)는 지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억 3천만 명이 넘는 무슬림이 .. 2024. 10. 19.
새벽의 아잔 우리나라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개발원조위원회(DAC) 멤버이며 2023년 공적개발원조(ODA) 규모가 약 31억 달러가 될 정도로 성장했다. 1인당 ODA 규모는 그 나라의 년간 ODA 지출을 국민총소득(GNI)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2023년에는 0.18인데 1인당 60달러를 개발원조로 지출한 셈이다. 대외 원조비용이 늘어난 대부분의 ODA 사업을 주도하는 국제협력단(KOICA)은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일하는 방식도 매우 고도화 되어 가고 있다.   그렇지만 2001년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인도네시아 교육부와 한국 교육부간의 채널을 통하여 사업을 시행해야 하므로 두 시어머니를 둔 셈이다. 두 시모를 만족시키면서 어떤 형태로 사업을 진행시킬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었다. 정부 기관이 관.. 2024. 10. 18.
시작.. 운명인가? 총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때는 6월 오전이었다. 그는 “지금 대학교육사회협의회(대사협)에서 국제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이 대학에서 당신이 가장 적임자로 보인다.”며 팩스로 받은 문서를 건넸다. 그리고 당일, 서울에서 관련자 회의가 있으니 가보라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기차를 타고 총장이 건넨 팩스 자료를 보았다. 청년 인터넷봉사단(Youth Internet Volunteer: YIV) 관련이었다. 문득, 작년 어느 날의 9시 저녁 뉴스가 기억났다.   2000년 3월 서울에서 열린 APEC 서울 포럼 중에 김대중 대통령은 이렇게 연설했다. [지식 및 정보의 격차는 국가 간의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켜 갈등과 대립을 가져올 수 있다. 생산적 복지 개념을 역내 국가 간에 적용, APEC의 ‘사이버 교육네.. 2024.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