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과 2002년의 청년 인터넷 봉사단 활동이 APEC 교육 분과에서 높이 평가 받은 관계로 한국의 입지가 대폭 넓어졌다. 국내에서 1997년부터 교육정보화 사업을 착실히 추진해 오면서 ICT를 이용한 국제교류의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01년부터 APEC Cyber Education Consortium (ACEC)을 운영해 오다가 2003년에는 알콥(ALCoB, APEC Learning Community Builders)이라는 교사, 학생, 학자, 민간부문의 기업인, 그리고 정부관계자 등이 연계된 학습 커뮤니티를 만들게 된 것이다. 알콥은 후에 APEC 국제교육협력원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하여 지금도 교육부와 함께 다양한 국제교류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장서 추진하는 B교수와 인터넷 청년 봉사단(AIV)을 이끌었던 4명의 교수들이 이심전심으로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교육부와 협력한 결과이다. 교수들끼리 협력도 협력이지만 AIV의 성격상 각자의 담당 국가가 있었던 것이 전문성과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것 같다. 국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역시 사람이다.
인도네시아를 대상으로 하는 AIV 사업은 12월에 있었다. 이번에도 대상지는 족자카르타였다. 앞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 IIV 사업에서 멀티미디어 기자재 활용과 기본적인 컴퓨터 교육 및 웹서버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진 결실을 활용하여 코스웨어를 제작하는 과정을 운영하기로 하였다.
코스웨어는 교육내용을 컴퓨터 프로그램화 시킨 것이다.
1997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만난 비처교수(Donald Bitzer)는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비처 교수는 이 대학으로 옮기기 전에 일리노이 대학에서 PLATO(Programmed Logic for Automatic Teaching Operations)라는 컴퓨터를 이용한 최초의 학습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이 시스템이 갖는 중요성은 오늘날의 이러닝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인 상호작용적 강의, 퀴즈, 맞춤형 학습, 멀티미디어의 접목 가능성 등을 이미 1960년대에 적용했다는 점이다. 요즘의 AI기반 디지털교과서(AIDT)의 학습 시스템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생성형AI나 고도의 멀티미디어 및 AR/VR등의 기술 외에는 거의 모든 기본적인 구성 내용이 이미 비처의 PLATO에서 어느 정도 구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이런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동기는 거주 지역의 고등학교 졸업 학생들중 약 50% 정도가 문맹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컴퓨터를 이용하여 개선하고자 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최초의 컴퓨터보조수업(CAI)의 원형을 제시한 것인데 이로써 컴퓨터 기술이 교육 및 학습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 준 획기적인 개발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연구실에서 비처교수는 PLATO를 설명하면서 전 미국의 학생들이 수퍼 컴퓨터에 탑재된 CAI 코스웨어를 가지고 공부한다면 어떤 일이 가능한 지를 자신에 찬 모습으로 설명하는데, 마치 어린 아이가 즐거운 장난감을 자랑하는 모습이었다. 그 후로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멀티미디어 활용 코스웨어의 개발이 크게 쉬워졌다. 비록 CAI 코스웨어가 상호작용의 한계를 갖고 있었음에도 학습자들의 흥미를 끌고 반복학습을 유도하기에 적합한 탓에 코스웨어 활용이 컴퓨터 기반 학습의 중요한 형태로 인식되어 있었다.
이번 족자카르타 연수에서는 플래시 기반으로 컴퓨터보조학습용 코스웨어를 교사들이 개발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미션을 정한 것이다. 플래시 프로그램을 익히게 하고 스토리보드를 작성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은 40시간의 강의로는 부족하여 20시간 분의 과제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과로로 어떤 교사가 실신했었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우리도, 인도네시아 교사들도 힘을 다하였다.
일주일간의 훈련을 마치는 금요일은 개발된 작품 발표를 통하여 교사들이 얼마나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데 있어서 성장했는가를 보는 감동의 시간이다. 새로운 지식을 전하여 주려고 애쓴 한국 교사들이나 배우려고 시간을 아껴 온 인도네시아 교사들이나 이 순간이 가장 감동의 순간이다. ‘우리는 각자의 나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패밀리’라는 동료의식으로 하나가 되어 디지털 격차를 잊어버리고 성취를 기뻐하는 희열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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