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교육부에서 우리를 처음으로 맞아 준 사람은 아훈도프라는 키가 크고 멋쟁이 스타일을 가진 남자였다. 아제르바이잔은 소련 시대에도 나름대로의 중요성을 인정받은 국가답게 소련의 계산 통계업무를 담당한 4개 나라 중 하나였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학교 행정정보관리를 위한 교육행정정보관리시스템(EMIS)이 나름대로 구축되어 있었다.
물론 특별한 학교에서는 컴퓨터 교육을 학교 체계에 맞춰 실시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학교가 European Lyceum이라는 학교다.
영재학교인 European Lyceum을 방문하면서 대부분의 나라들이 컨설팅을 요청하면서도 좋은 학교나 시설을 보여 주려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이 학교는 영재학교로서 1학년부터 11학년까지의 교육을 제공한다.
일정가운데는 저녁에 MUGAM 뮤직 콘테스트에 초청을 받아 아제르바이잔 민속 공연을 구경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제르바이잔의 위치가 동서양이 만나는 경계선에 위치함으로 양 문화가 융합된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특별히 저녁에 구경한 여러 공연들은 이 나라의 문화적 특색을 잘 드러내는 것이었다. 아쟁과 비슷한 악기와 어린이와 어른으로 구성된 공연 팀의 연주들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이 국가의 특징과 문화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것이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경우 교육부 관리나 정책 차원에서 중요한 것이므로 일반 학교, 그중에서도 교육의 기회를 누리는 것이 쉽지 않은 지역을 조사하고자 했을 때 아훈도프는 고부스탄(Gobustan) 지역 인근을 추천하였다. 고부스탄은 수도 바쿠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지역으로 암각화가 유명하다.
고부스탄 지역은 카스피해의 수면이 점점 낮아짐으로 바닷가에서 수십 킬로미터 후퇴한 지점에 위치해 있다. 호수의 물이 점점 말라감에 따라 여기도 기후 변화의 영향이 이미 영향을 미치는 상태가 되었다. 해수면의 위치가 암각화 지역에서 40Km 이상 밀려나있지만, 수 천 또는 수 만 년 전에는 카스피해가 바로 면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새겨진 그림은 대부분 육지에 사는 소나 짐승들인 것이 흥미롭다. 게다가 로마 시대에 율리우스 막시무스가 이곳을 방문해서 글을 새겼다고도 한다. 이곳을 방문한 후에 그가 시저가 되었다니 좀 믿기지는 않지만 대단한 활동량을 지닌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이곳의 암각화가 유명해진 이유는 아무래도 글이나 그림을 그리기에 적합하도록 바위가 만들어진 때문일 것이다. 거의 1만 2천 년 전의 인류인 신석기인들이 그렸다는 그림으로는 그 표현력과 정확성이 놀랄만하다. AI가 세상을 놀라게 하는 요즘이지만 만년의 시간이 인간의 기본적인 표현 능력에 영향을 미쳤는가 생각해 보면 도구를 제외한다면 그리 큰 변화는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신석기 시대 사람들은 바위에 동물을 새기면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특별히 고부스탄 지역에 있는 시골 학교를 방문했을 때 만났던 인자한 할아버지 교장선생님이 생각난다. 그가 보여주던 컴퓨터 실은 보잘 것이 없었지만 교육에 대한 열정과 특별히 1996년에서 2002년까지 있었던 아르메니아와의 충돌에 마음 아파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당시 수천 명이 살해당했다니 안타까웠다.
지금도 여기저기서 여러 이유로 전쟁으로 많은 인명이 사라지는 데, 고부스탄 지역에서 동물과 인간을 벽에 새기던 장인의 마음은 함께 살아가는 자연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었을까? 그러다 보니 실제로 살아서 움직이는 동물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 복잡한 마음에 걸린다.